니체의 '아모or Fati'(아모르파티)로 힘든 오늘을 견디는 법

왜 유독 오늘이 이토록 힘들게 느껴질까

숨 막히는 출근길,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업무, 예기치 못한 실수와 불편한 인간관계까지.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이 나를 향해 공격하는 듯한 하루를 보냅니다. 온몸의 기력이 소진되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혹은 “차라리 오늘 하루가 없었다면” 하는 후회와 원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순간에 우리는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운명을 탓하며 좌절하거나, 어떻게든 이 상황을 외면하려 애쓰는 것이죠. 하지만 만약 제3의 길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 힘든 운명 자체를 피하거나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끌어안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 말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애(運命愛)’라고 불렀습니다. 오늘은 이 강력한 철학적 도구를 통해, 우리를 짓누르는 힘든 하루를 어떻게 견뎌내고, 나아가 삶의 일부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1. ‘아모르 파티’란 무엇인가? 단순한 긍정이 아닌 ‘적극적 사랑’

많은 사람이 ‘아모르 파티’를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자’는 식의 체념이나 ‘다 잘 될 거야’라는 맹목적인 낙관주의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니체가 말한 운명애는 그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입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라틴어로 ‘운명(Fati)’을 '사랑하라(Amor)’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필요한 것을 견디는 것을 넘어,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필연적인 것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경지를 의미합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의 위대함을 위한 공식은 아모르 파티다. 앞으로도, 뒤로도, 영원히 다른 것을 원하지 않는 것. 필연적인 것을 그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다.”

 

즉, 좋은 날뿐만 아니라 바로 오늘처럼 힘든 날, 나의 실수, 나를 아프게 한 사건까지도 내 삶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조각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사랑하겠다는 결단입니다.

 

2. 우리는 왜 힘든 날마저 사랑해야 하는가?

고통스러운 하루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니체는 고난이야말로 인간을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성장의 촉매제라고 보았습니다.

• 저항에 쓰이는 에너지의 해방: 힘든 현실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데에는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우리를 과거에 가두고, 현재를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현실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저항에 쓰던 에너지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운명의 피해자가 아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긍정하는 존재가 됩니다.
• 고난을 통한 성숙: 상처 없이 근육이 성장할 수 없듯, 인간의 정신 또한 고난 없이는 성숙할 수 없습니다. 힘든 하루는 우리에게 인내심을 가르치고,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며,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합니다. 그 고통의 경험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3. 힘든 오늘, ‘아모르 파티’를 실천하는 3가지 구체적 방법

그렇다면 이 철학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지금 당장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다음 3단계를 통해 운명애를 연습해볼 수 있습니다.

• 1단계: 관점 바꾸기 - ‘왜 나에게(Why me)?’에서 ‘나를 위해(For me)!’로 예기치 못한 상사의 질책에 괴로울 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질문을 바꿔보세요. ‘이 경험이 나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온 것이라면?’, ‘이 사건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기 위해 일어났을까?’라고 말입니다. 고난을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닌 ‘나를 위한 훈련’으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이 작은 관점의 전환만으로도 무력감은 목적의식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 2단계: 필연성 인정하기 - ‘만약에(What if)’라는 가정 버리기 우리는 끊임없이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과 같은 후회의 늪에 빠집니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이 순간이 만들어졌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의 이 고통은 내 삶의 여정에서 필연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만약’이라는 미련을 버리고 ‘이것이 나의 길 위에 놓인 돌멩이였다’고 담담히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져 현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 3단계: 모든 경험에 “그럼에도, 다시 한번!” 외치기 니체는 ‘영원회귀(Eternal Recurrence)’ 사상을 통해 아모르 파티를 완성합니다. 당신이 겪은 이 끔찍한 하루가 앞으로 영원히, 무한히 반복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이 삶을 다시 선택하겠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이라고 외칠 수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을 긍정해야 할 이유를 찾게 됩니다. 바로 그 힘든 순간마저도 나의 유일무이한 삶을 완성하는 소중한 한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패배자가 아닌, 내 삶의 예술가로 거듭나기

‘아모르 파티’는 고통을 없애주는 마법 주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을 끌어안고, 그것을 내 삶이라는 예술 작품의 일부로 만들어 버리는 예술가의 태도에 가깝습니다.

힘든 하루의 끝에서 좌절감에 무너지는 대신,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을 떠올려보세요. 나의 실수, 나를 지치게 한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버텨낸 나 자신까지. 그 모든 것이 바로 ‘나’라는 사람의 역사이자,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이야기입니다.

니체의 ‘아모르 파티’를 가슴에 품고, 오늘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고통마저도 내 삶의 일부였다. 그렇기에 나는 이 하루를 기꺼이 긍정하고 사랑한다.” 라고 말입니다. 당신은 더 이상 운명에 끌려다니는 패배자가 아닌, 자신의 모든 운명을 사랑하는 위대한 삶의 예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