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불안'이라는 그림자
스마트폰은 쉴 새 없이 울리고, 소셜미디어에는 나와 비교되는 타인의 행복한 순간들이 가득합니다.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더 나은 나’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어깨를 짓누릅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가만히 숨을 쉬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장이 조여오고, 막연한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날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불안’은 감기처럼 흔한 마음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불안은 위험을 감지하고 대비하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이것이 만성이 되어 우리의 일상을 잠식할 때 문제가 시작됩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졸이며 스스로를 정신적 탈진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만약 이 끝없는 불안의 파도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로마 제국의 황제부터 노예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따랐던 삶의 기술, ‘스토아 철학(Stoicism)’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토아 철학은 고리타분한 이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 마음을 지켜낼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정신 운영체제(Mental OS)’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매일같이 불안과 싸우는 당신을 위해, 스토아 철학이 제안하는 가장 핵심적인 3가지 조언을 깊이 있게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불안의 파도를 잠재우는 스토아의 지혜
조언 1: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라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고,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 -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은 바로 ‘통제의 이분법(Dichotomy of Control)’입니다. 불안의 99%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통제하려는 헛된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스토아 철학자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
우리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의 내면에 존재합니다. 바로 우리의 생각, 판단, 가치관, 그리고 행동하려는 의지입니다. 어떤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어떻게 반응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광대한 영역
반면, 이 외의 거의 모든 것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기분이나 행동, 나의 평판, 경기 변동, 교통 체증, 심지어 내일의 날씨까지. 우리는 여기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가령,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불안에 떤다고 상상해봅시다. 면접관의 개인적인 취향, 그날의 기분, 함께 지원한 경쟁자들의 역량, 그리고 최종 합격 여부는 명백히 ‘통제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여기에 마음을 쏟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불안만 커질 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통제 가능한’ 영역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입니다. 회사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성실히 준비하며, 단정한 옷차림으로 제시간에 도착하고, 면접관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진솔하게 답변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지금 당장 실천하기 지금 당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걱정거리들을 종이에 모두 적어보세요. 그리고 각 항목 옆에 ‘통제 가능’ 혹은 ‘통제 불가능’이라고 정직하게 표시해보십시오. 그리고는 과감하게 ‘통제 불가능’ 목록에 줄을 긋고, 오직 ‘통제 가능’ 목록에 있는 것들을 실행하는 데에만 집중하세요. 이것은 포기가 아닌, 현명한 에너지 분배입니다.
조언 2: 최악을 상상하되, 차분하게 준비하라
“예상치 못한 불행의 일격은 더욱 강력하게 우리를 짓누른다.” - 세네카
불안한 사람에게 ‘최악을 상상하라’는 조언은 독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의 ‘프레메디타티오 말로룸(Premeditatio Malorum)’, 즉 ‘악(惡)에 대한 예행연습’은 막연한 걱정과는 그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것은 감정적으로 재앙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발생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훈련입니다. 이 훈련의 목적은 미리 맞아보는 예방주사처럼, 실제 불행이 닥쳤을 때의 충격을 줄이고 마음의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이 훈련을 혼동합니다.
- 불안한 걱정: “발표를 망치면 어떡하지? 모두가 나를 비웃을 거야. 내 경력은 끝장이야.” (감정적이고, 막연하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음)
- 스토아적 훈련: “발표를 망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말도 못 할 수 있다. 청중은 당황하고, 상사는 실망할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은? 나는 사과하고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며칠간은 창피하겠지만, 그렇다고 회사에서 잘리거나 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발표 자료를 3번 더 소리 내어 읽고, 핵심 키워드를 담은 작은 카드를 준비하고, 동료 앞에서 리허설을 한번 해보자.”
이처럼 최악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나면, 그것이 생각보다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두려움의 실체를 파악하는 순간, 두려움은 힘을 잃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대비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통제감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실천하기 당신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걱정 하나를 선택하세요. 그리고 그 걱정이 현실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차분히 그려보세요. ‘그리고 나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상황을 끝까지 따라가 보세요. 생각보다 비참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당신의 힘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조언 3: 현재의 순간에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우리의 주된 임무는 이것이다.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것들을 분별하여 ‘외적인 것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고, 내적인 선택들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 에픽테토스
불안은 시간을 여행하는 유령과 같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후회 속을 배회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을 떠돕니다. 불안은 결코 ‘현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명상록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현재로 불러왔습니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불확실하니,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뿐임을 되새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재의 의무’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당신의 눈앞에 놓인 일입니다. 밀린 이메일에 답장을 하는 것, 설거지를 하는 것,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보고서의 첫 문장을 쓰는 것.
거대한 프로젝트 때문에 압도당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 불안한 마음: “이걸 언제 다 하지? 마감일을 못 지킬 것 같아. 나는 실패할 거야.” (미래에 대한 걱정)
- 스토아적 마음: “나는 이 프로젝트 전체를 지금 이 순간에 끝낼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첫 번째 파트의 개요를 작성할 수는 있다. 앞으로 30분 동안 나의 유일한 의무는 오직 그것뿐이다.”
이렇게 거대한 미래의 과업을 현재에 할 수 있는 작은 ‘의무’ 단위로 쪼개면, 우리를 짓누르던 압박감은 사라지고 구체적인 행동만이 남습니다. 행동은 불안을 몰아내는 가장 강력한 해독제입니다.
지금 당장 실천하기 불안감이 엄습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호흡을 고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하세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나의 유일한 의무는 무엇인가?” 그 답을 찾았다면, 다른 모든 생각은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오직 그 하나의 일에만 집중해보세요. 당신의 마음이 고요한 현재로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불안의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다
스토아 철학은 우리에게 불안이나 고통이 전혀 없는 유토피아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스토아 철학은 우리에게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을 선물합니다. 바로 예측 불가능한 불안의 파도가 몰아칠 때, 그 파도에 휩쓸려 가라앉는 대신 그 위에서 균형을 잡고 나아가는 ‘서핑하는 기술’입니다.
오늘 함께 나눈 3가지 조언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봅시다.
첫째,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오직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쏟으십시오.
둘째, 최악을 이성적으로 상상하고 대비함으로써, 두려움의 허상을 꿰뚫어 보고 마음의 근육을 키우십시오.
셋째, 과거와 미래에 대한 방황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 당신 앞에 놓인 작은 의무에 집중하여 현재를 살아내십시오.
이 지혜들을 삶에 적용하는 것은 하룻밤에 이루어지지 않는, 꾸준한 훈련이 필요한 여정입니다. 하지만 오늘, 단 하나의 조언이라도 당신의 삶에 적용해 보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당신은 불안에게 내어주었던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한 걸음이 모여, 당신을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하고 평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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